민규와 갑자기 보게 된 디지몬 어드벤처 극장판...
2000년대 초반 특유의 느리지만 빠른 세상, 디지털로 연결돼 있지만 동시에 서로 고립돼있는 양단의 입장이 잘 녹아들어있는 작품이였다.
디지몬을 보면 항상 그 시대로 돌아가는 기분을 느끼는데 그 시대를 떠올리면 묘하게 느리게 가는 시간이 떠오른다.
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고 나서부터는 과거를 떠올려도 휴대폰을 만지거나 노래를 들었던 기억만 나는데, 휴대폰이 없던 어릴 때를 떠올리면 그 때의 온도... 묘하게 더운 날... 뜨겁게 달아오른 미끄럼틀의 온도, 집으로 돌아가는 느린 걸음 등등 많은 감각이 느껴진다.
그런 감각을 시각적으로, 청각적으로 완벽하게 표현해낸 작품이였다.
라고 진지하게 썼는데 좀 편하게 얘기하자면
시작부터 끝까지 빌드업이 너무나 좋았음
화면전환 연출부터 암시까지 모든 게 클래식했음
특히 제일 화면전환이 좋았던 장면은 무한히 증식하는 바이러스 디지몬을 찾아야 하는 장면에서 화면전환이 되면서 생일파티에 간 나리와 친구들이 조커뽑기를 하는 장면...
그리고 시작하고 태일이 메일 쓰는데 변환기 잘못써서 하트 들어갔는데 그대로 나리가 이렇게 보내는 거야 ! 하면서 그 상태로 소라에게 메일이 간 것도 너무 좋음...
근데 그 때 전세계에서 바이러스 디지몬이 관측되고 그 메일은 소라에게 닿지 못 함.
(이 부분이 디지털이란 수단으로 연결된 관계가 얼마나 쉽게 끊어질 수 있는 가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. 가상의 매체로 마음을 담아 상대에게 닿기를 바라며 보내는 행위. 이 모든 건 인터넷이라는 매개체의 오류만으로 쉽게 끊어진다. 하지만 그 얇은 실에 의지해서라도 서로 닿고 싶어서 손을 내미는 이 행위가 그 시대의 로망이라고 느껴진다.)